또 다른 문(門)
원춘옥
종일 한마디도 하지않고
녹슨 대못처럼 누워있는 그녀
움직일 때마다 삐거덕거린다
병명을 해독하기 위해
내력을 추적하고
가계를 꼼꼼히 짚어가지만
열릴줄 모르는 그녀의 또 다른 문
비밀번호로 채워졌다
컴퓨터 촬영도 자기공명영상(MRI)도
암호를 읽어내지 못한다
저절로 열리고 닫히던 문
닫힐 때가 있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그녀는 지금 어느 문 앞에서 헤매고 있는 것일까
결국 그녀의 문 앞엔
갱년기 우울증이란 모호만 병명이
광고지처럼 진득하게 붙었다
- 2013 글마루 비밀의 뜰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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