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방
원춘옥
모니터를 열면
먹성 좋은 놈들이 달려들어
듬성듬성 활자를 갉아먹는다
날카롭던 선이 뭉개지고
색은 퍼즐을 맞추느라 당황한다
줌인을 해도 당겨지지 않는 하루
난독증에서 헤어날 줄 모른다
몸을 말고 바늘귀를 꿰시던 어머니
웃으시며 돌아본다
1.2, 1.5 두 개의 푸른 방
눈 앞의 산과 나무들이 점점 멀어지고
자주 벽과 부딪혀 허둥거린다
보이지 않는 시간들이
끝없이 밀려드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오랫동안 첨벙거리며 따뜻했던 시간
덜컹거리며 눈앞에 서 있다
안경을 끼고 어긋난 선을 어루만진다
찡그리고 있던 길들이 팽팽해진다
이제야 조금씩 삶의 질서를 깨닫는 나
흩어졌던 초점이 한 곳으로 모인다
두 개의 방.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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