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고등어 이력서

여람 2012. 4. 27. 00:33

 






 고등어 이력서

 

 

 

 

       

원춘옥


 

 

 

 

배 한척 접시에 누워있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오가던 삶

만선을 꿈꾸며 바다를 떠나 본 적 없었다

 

그가 육지에 부려졌다

예상치 못한 곳에 닻을 내렸다  

파도에 그을린 몸에는 바다무늬가 선명하다

노를 젓던 꼬리는 이제 미동도 없다

팽팽하게 생을 잡아 당기던 기세가 한풀 꺾였다

 

등뼈에 빼곡하게 들어앉은

붉은 이력서 한 장 꺼내 읽는다

행간마다 가시들이 단단히 박혀있다

바다 밑바닥까지 품어 기르며

미처 뽑아내지 못한 상처들

그와 질기에 동행하고 있다


가시를 발라내며

고등어의 이력을 읽는다


 

 

                                                                          -2012 동작문학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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