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 목련 재봉사

여람 2012. 3. 19. 08:40

 

 

 

 


                   


 

 


목련 재봉사




원춘옥

 



바람 속 조바심으로 키우는 그녀의 집

촛대에 둘러앉은 어둠도 함께 자라요

흰 블라우스 안감 단단히 말아쥐고

맨발로 봄을 박음질하고 있어요


지난 겨울, 나무 아래를 지날 때

아무도 없는 캄캄한 골방에서 

드르륵드르륵  재봉틀을 돌리고 있었죠 

그녀는 보름 간의 짧은 봄을 위해

겨우내 밑그림을 그리고 봄을 준비했어요


바람의 솔기가 터지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아요

단단하게 박음질을 해도 

어느 날 뚝 떨어질 것을 알기에

하루를 더 버티려고 햇살로 칭칭 박고 또 박았어요

가지 끝에 단추를 달듯 꽃을 다는 순간 봄은 열리겠지요


눈을 감아요

햇살이 다가와 어깨를 안아요

봄볕이 블라우스 끝단에 내려 앉고

여기저기 단추 열리는 소리가 들려요


며칠 후 옷을 놓쳐버린 가지들은

머리까지 푸른 치마를 뒤집어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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