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재봉사
원춘옥
바람 속 조바심으로 키우는 그녀의 집
촛대에 둘러앉은 어둠도 함께 자라요
흰 블라우스 안감 단단히 말아쥐고
맨발로 봄을 박음질하고 있어요
지난 겨울, 나무 아래를 지날 때
아무도 없는 캄캄한 골방에서
드르륵드르륵 재봉틀을 돌리고 있었죠
그녀는 보름 간의 짧은 봄을 위해
겨우내 밑그림을 그리고 봄을 준비했어요
바람의 솔기가 터지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아요
단단하게 박음질을 해도
어느 날 뚝 떨어질 것을 알기에
하루를 더 버티려고 햇살로 칭칭 박고 또 박았어요
가지 끝에 단추를 달듯 꽃을 다는 순간 봄은 열리겠지요
눈을 감아요
햇살이 다가와 어깨를 안아요
봄볕이 블라우스 끝단에 내려 앉고
여기저기 단추 열리는 소리가 들려요
며칠 후 옷을 놓쳐버린 가지들은
머리까지 푸른 치마를 뒤집어쓰겠지요
목련 재봉사1.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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