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은 많으나 이만 줄임
원춘옥
밥상에 앉은 남자가 버럭 소리를 지른다
어설프게 접시에 앉은 콩나물 얼굴이 노랗다
파랗게 질린 시금치는 날카로운 목소리 뒤로 숨어버렸다
여자는 할 말은 많으나 이만 줄임이라고 눈으로 쓴다
밥상에 앉은 남자는 뱀눈을 하고 뒤통수를 쏘아본다
여자는 묵묵히 사골 찜 솥을 하나 준비한다
국물만 고아내면 스스로 간을 맞춰 먹는 맞춤형이다
남자는 양푼 가득 마늘을 담아와 까기 시작한다.
매운 냄새가 눈과 코를 자극한다
남자는 할 말은 많으나 이만 줄임이라고 허공에 쓴다.
초식형 여자가 돌아본다
육식형 남자가 웃는다
내일의 메뉴에 반들반들한 마늘이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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