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두부

여람 2012. 12. 2. 09:32


 

               

                         

                        


         

 

 

       두부

 

 

원춘옥

 


 

동그랗게 닫힌 어느 생을

오늘 읽어보려 하네


한 겹의 옷으로 뙤약볕을 버틴 것들

물에 흠씬 몸을 담그고

쪼글쪼글 말라붙은 시절을 불리고 있네

촉촉했던 한때를 더듬는지 흔들리는 마침표  

허물 벗은 투명한 문장을 삶아

겹겹이 눌러 붙은 비문을 읽어내리네

겉이 단단하면 속도 그럴것이라 오독했던 

비린 날들이 구수하게 익어가는 것을 보네

서로 부딪치며 작아지는 것들

그들의 짜디짠 눈물을 생각하네

간수를 삼키고 구름처럼 피어 오른

겸손한 손들이 만든 연한 세상을 읽네


술 드신 다음 날 순두부 사오라 하셨던

아버지의 마음을 정독하지 못하고

그동안 단단한 콩으로 살았네

잠시라도 뜨거운 찌개에 뛰어들어 

사람들의 입안에서 부드럽게 읽히고 싶네


                                

 

                                                 - 2013년 동작문학 발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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