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오이지

여람 2017. 12. 3. 07:37


오이지

 

원춘옥

 

뜨거운 소금물을 부으니

더 파래진 오이들

마지막 감정을 준비하기도 전에

푸른 입이 봉인되었다

 

맛을 탐하는 이들

싱싱함을 단숨에 훔친다

어차피 그들의 생각은 묵인해야 한다

스스로 물러지는 것을 보는 일은

더욱 쉽지 않은 법

 

며칠 수장되었다가 누렇게 떠오른 저 오기

그들을 나란히 누이고 돌을 얹는다

사는 일은,

가슴에 돌을 하나씩 얹는 일

 

짠물을 견딘 그들

눈물을 쏙 빼고 탱탱해졌다

다시 살아난 웃음들

입 안에 가득 씹힌다

 

2017 지하철 스크린도어 게시작품


3호선 금호  대화(9-2), 4호선 숙대입구 당고개(8-4), 5호선 청구(5-4), 6호선 한강진 응암(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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