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지
원춘옥
뜨거운 소금물을 부으니
더 파래진 오이들
마지막 감정을 준비하기도 전에
푸른 입이 봉인되었다
맛을 탐하는 이들
싱싱함을 단숨에 훔친다
어차피 그들의 생각은 묵인해야 한다
스스로 물러지는 것을 보는 일은
더욱 쉽지 않은 법
며칠 수장되었다가 누렇게 떠오른 저 오기
그들을 나란히 누이고 돌을 얹는다
사는 일은,
가슴에 돌을 하나씩 얹는 일
짠물을 견딘 그들
눈물을 쏙 빼고 탱탱해졌다
다시 살아난 웃음들
입 안에 가득 씹힌다
2017 지하철 스크린도어 게시작품
3호선 금호 대화(9-2), 4호선 숙대입구 당고개(8-4), 5호선 청구(5-4), 6호선 한강진 응암(4-1)
오이지.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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