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녹차의 요약

여람 2017. 7. 23. 01:38





녹차의 요약

 

원춘옥

 

 

첫 눈썹을 따면

다시 자라는 미간 사이로

서로의 향이 되어 걷기로 했다

어귀부터 마루까지 줄지은 약속은

몇 번의 상처가 내민 입술

바람의 전언을 따라 화살표가 되어

이랑과 이랑을 건넌다

후끈 달아오른 능선은 흥건하고

바구니에 햇귀가 그득해지면

손톱까지 그을린 이력 한 줄

뜨거운 압축을 서두른다

 

덖음을 견딘 초록은

따끈한 위로에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속독으로는 다 읽을 수 없는 잎맥들

씁쓸한 기다림과 어색한 눈빛이 다관에서 우려지는 동안

계절은 말없이 매듭을 풀었다

다시 돋아나는 다향의 문장

마른 입술을 적시며 서로에게 젖어 들었다



2017 미래시학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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