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의 요약
원춘옥
첫 눈썹을 따면
다시 자라는 미간 사이로
서로의 향이 되어 걷기로 했다
어귀부터 마루까지 줄지은 약속은
몇 번의 상처가 내민 입술
바람의 전언을 따라 화살표가 되어
이랑과 이랑을 건넌다
후끈 달아오른 능선은 흥건하고
바구니에 햇귀가 그득해지면
손톱까지 그을린 이력 한 줄
뜨거운 압축을 서두른다
덖음을 견딘 초록은
따끈한 위로에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속독으로는 다 읽을 수 없는 잎맥들
씁쓸한 기다림과 어색한 눈빛이 다관에서 우려지는 동안
계절은 말없이 매듭을 풀었다
다시 돋아나는 다향의 문장
마른 입술을 적시며 서로에게 젖어 들었다
2017 미래시학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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