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낙타와 침대

여람 2016. 7. 15. 00:08

 

 

낙타와 침대

 

 

 

원춘옥

 

 

 

 

낯선 여섯 마리 낙타들

한 칸의 방에 모여 서서히 등이 휜다

모래언덕을 넘는 방울소리 창밖으로 멀어지고

누군가를 업어 기르던 시간을 지나

이제,

누군가의 등에 업혀가는 시간이다

앞만 보고 걷던 길들이 엉키고 휘어졌다

꼼짝없이 바퀴에 얹힌 여생은 삐거덕거리고 절룩거린다

 

휑한 눈동자들 입구의 기척에 일제히 그곳을 응시한다

누군가의 발소리를 오아시스처럼 기다리는 동안

등 뒤에 걸린 별들이 부서져 내린다

머리맡 약봉지는 잠시 외로움을 지연시키는

망각의 약,

오래 기다려 본 낙타들은 알고 있다

 

건조의 시간

외출은 뿌연 먼지 속으로 사라지고 돌아갈 집은 아득하다

불안한 그림자를 밟고

적도 부근을 지나온 잠들은 덜컹거리고 감정은 일교차가 심하다

정수리까지 올라온 낮이 두통으로 흔들리고

지끈거리는 요양병원의 저녁은 진물이 고인다

적막을 견디기 힘든 낙타들 가끔 불어오는 모래바람에 소란을 피우지만

그들의 바깥은 비밀번호로 잠겨있다

 

한 줌의 모래로 요약될 생

길들은 자꾸 지워지고, 침대는 사막 어디쯤

그들을 부려놓고 홀로 돌아올 것이다

 

 

 

시와 미학 여름호 게제

 

 

 

 

 

 

여름 호박덩굴처럼 싱싱하고 강하던 어머니가 어느날 집 마당에서 넘어져

요양병원에서 생활하게 되었다.몸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지만 정신이 맑았던 어머님이

그 하루를 견뎌내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언젠가는 우리도 이승의 침대를 버리고 떠날 것이다

 

 

 

 

낙타와 침대.hwp
0.01MB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녹차의 요약  (0) 2017.07.23
간격, 등꽃으로  (0) 2017.07.14
사과의 변명  (0) 2016.05.04
가마솥 빵꽃  (0) 2016.03.12
채송화 고시원  (0) 2016.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