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채송화 고시원

여람 2016. 3. 10. 22:40

채송화 고시원

 

 

 

 

원춘옥

 

 

 

 

생각을 지우느라 기우는 집

얄팍한 몸을 비튼다

말리지 못한 기억을 붙잡고 오래 버티는

그들은 대부분 골목의 안쪽에 산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

장마의 끝을 붙들고 기억의 끝을 점거한 그들이

전력을 다해 쓰는 편지

 

저녁이 닫힌 고시원

뙤약볕에서 까맣게 익어가던 옛 기억은 함구하고

땅을 딛지 못하고 백열등 아래서 등이 굽어진 인연

늦게까지 촉수를 올리고 있다

가느다란 필라멘트에 생을 걸고 유리처럼 얇아진 젊음

각각의 생각으로 꽃 필 시기를 고르고 있다

 

베란다를 붙잡고 막 피어나는

미처 봉하지 못한 말들이 까맣게 여물어 가고

꼬깃 꼬깃 접힌 사연 하나

늦게 고개를 든 여름의 이마가 뜨겁다

 

 

-2015 동작문학 발표-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과의 변명  (0) 2016.05.04
가마솥 빵꽃  (0) 2016.03.12
향기 인출기  (0) 2014.12.28
겨울 두물머리  (0) 2014.12.28
덩굴장미의 공양  (0) 2014.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