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화 고시원
원춘옥
생각을 지우느라 기우는 집
얄팍한 몸을 비튼다
말리지 못한 기억을 붙잡고 오래 버티는
그들은 대부분 골목의 안쪽에 산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
장마의 끝을 붙들고 기억의 끝을 점거한 그들이
전력을 다해 쓰는 편지
저녁이 닫힌 고시원
뙤약볕에서 까맣게 익어가던 옛 기억은 함구하고
땅을 딛지 못하고 백열등 아래서 등이 굽어진 인연
늦게까지 촉수를 올리고 있다
가느다란 필라멘트에 생을 걸고 유리처럼 얇아진 젊음
각각의 생각으로 꽃 필 시기를 고르고 있다
베란다를 붙잡고 막 피어나는
미처 봉하지 못한 말들이 까맣게 여물어 가고
꼬깃 꼬깃 접힌 사연 하나
늦게 고개를 든 여름의 이마가 뜨겁다
-2015 동작문학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