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봄을 읽다

여람 2013. 4. 27.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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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읽다

 

 

 

원춘옥

 

 

 

끈질기게 표지를 붙잡고 흔든다

겉장을 열지도 못했는데 내용이 먼저 엎질러졌다

향기를 분실할까 봐 서표를 꽂고 형광펜을 그었다

하지만 행간 사이로 삐져나오는 꽃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중독성 강한 웃음

인쇄체와 필기체 사이에서 자주 흔들렸다

 

속지를 끼웠지만 덜컹거리는 마음 숨기지 못했다

접어 둔 페이지를 읽다가 얼굴이 붉어졌다

받침이 없어도 잘 읽히는 오래된 시 한 줄

자꾸 흘러내렸다

 

봄의 쪽수는 얼마나 될까

바람이 스칠 때부터 꽃이 필 때까지라는 말과

꽃이 필 때부터 질 때까지라는 설이 분분

각주 없는 불통의 문장을 더듬는다

 

엷어진 지문紙紋 마지막 장을 넘길 때

폰트가 달라 당황하지 않기를

통증의 자간 크지 않기를,

앞 뒷장을 들춰보며 봄을 정독한다

내일이면 봄은 더 헐렁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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