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마천의 사기를 읽고]
역사적 사건들을 단편적으로 습득하고, 그것들의 배경조차 알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의 역사의 이해는 늘 난해한 작업이 되었으며 도외시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사마천에 대한 여러 권의 책 中에서 유일하게 대여할 수 있었던 책이 사마천의「사기」였다. 책의 목차를 읽어가면서 교과서나 명언집 안에서 읽어 왔던 내용들이 사마천「사기」의 일부였음을 알게 되면서 당혹스럽기까지 하였다. 그래서 그동안 자주 접했던 제자백가의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주나라는 봉건제도와 정전제도로 이루어진 제후들의 나라였다. 춘추시대에 이르러 제후들은 정치적 기반을 형성하게 되었고, 생산성의 증가로 제후 간의 경쟁이 심해졌으며, 정치적으로는 주종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봉건제도와 정전제도는 붕괴되었다. 주나라의 붕괴는 관료와 귀족(지식인)들의 생존을 위협하게 되었다. 그들은 사상이나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는 직업교사가 되었으며 지방에까지 그들의 지식은 보편화 되었다. 그 결과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등장하게 되었는데 이들을 제자백가라 한다. 제자백가를 사마천은 음양, 유, 묵, 명, 도덕 6가로 분류했다.
공자의 사상을 계승한 사마천은 도덕의 변화가 사회의 변화를 일으키는 추동력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한(漢) 왕조 이전에 중국에 영향력이 컸던 학파는 유가 도가 음양가였는데, 유가는 정치와 인간관계의 문제를 강조했고 형이상학적 사유나 우주론적 사유에는 관심이 적었다고 한다. 도가와 음양가의 우주론은 한 대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동중서가 철학과 음양철학을 통합하여 유교를 국교이자 정치철학으로 토대를 삼는데 공헌했다고 한다.
2천여 년이 지난 지금의 시대에도 그들의 주장은 여전히 현재의 사상체계에 깊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가치질서의 붕괴에 따른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으며, 후대에 문화적 상황을 남기려고 했음을 엿볼 수 있다. 삶의 지혜를 제공한 인물의 세계에 공감하고 자신의 경험에 견주어 보게 되는 것은, 과거와 현재와의 사상교류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사실을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 사기(史記)이지만, 인간의 삶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되돌아보게 하는 지침서가 아닌가 한다.
친구인 이릉장군을 구하고자 황제에게 충언을 했다가 거세당하는 궁형을 받는 치욕스런 상태였지만, 사마천은 역사가로서의 사명감과 인간애에 대한 끈질긴 탐구가 역작을 만든 것이 아니었을까.
동아시아의 역사와 사상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세계사를 이해하는데, 중국의 역사 이해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우리나라와 이해관계로 이슈화 되고 있는 동북공정과 외규장각 사건들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어 있다.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의 마음으로 중국의 역사 통찰을 통해 그들의 사상까지 읽어내고 이해하여 우리의 정견을 키워야할 때가 아닌가 한다.
역자는 발간사 서두에서 철학, 문학, 사회학, 과학도 인간의 가치를 살리지 못할 때는 그 존재 이유를 잃게 마련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삶의 보람은 학문과 더불어 인식하고 체험하고 체질화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곧 좋은 책을 통해 가치를 인식하며 체험하고 체질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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