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담詩談

봄 / 김기택

여람 2016. 3. 19. 00:48
 
 

 

 

김기택

 

 

 

바람 속에 아직도 차가운 발톱이 남아있는 3월

양지쪽에 누워있던 고양이가 네 발을 모두 땅에 대고

햇볕에 살짝 녹은 몸을 쭉 늘여 기지개를 한다

힘껏 앞으로 뻗은 앞다리,

앞다리를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뒷다리,

그 사이에서 활처럼 땅을 향해 가늘게 휘어지는 허리,

고양이 부드러운 등을 핥으며 순해지는 바람,

새순 돋는 가지를 활짝 벌리고

바람에 가파르게 휘어지며 우두둑 우두둑 늘어나는 나무들.

 

 

 

애지 (2006년 가을호)

 

[

 

 [여람의 시읽기]


김기택 시인은 소묘하듯이 시를 쓰는 시인이다

     그의 시를 읽다보면 저절로 몰입이 된다

3월이면 아직 추위가 남아 있어 바람 속에 차가운 발톱을 숨기고 있다

겨우내 운동을 하지 못해 굳었던 몸을 풀듯

나무도 봄바람도 고양이의 등 처럼 조금씩 부드러워지는 시간이다

우두둑우둑 기지개를 펴는, 물이 오르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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