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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의 내력
원춘옥
가파른 나무 계단, 점점이 찍고 올라가는 저 사내
아카시아 향기 한 잎씩 벗어놓고 꼭짓점 속으로 걸어간다
주름 잡힌 그의 생이 헐떡인다
계절이 수없이 길을 내고 덮었지만
가장자리가 풀리지 않도록 가파른 시간을 잡아주었던
갈피마다 푸른 기억이 바지 주름처럼 접혀있다
오르는 것만 익혔던 날들, 방심한 사이
구르던 걸음을 받아안은 그의 이마엔 상처가 선명하고
복구 되지 않은 한 때가 절룩거린다
가끔은 쉬어야 한다는
발끝의 말을 알아듣기까지 많은 걸음을 소비했다
바람이 휑하니 발자국을 지우고 사라진다
변함없는 것들은 늘 무심히 왔다가 가는 것들뿐
아무리 붙잡아도 막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발끝에 차이는 지금도 그리울 때가 올 것이다
귀퉁이가 닳고 금이 간 이력
달빛이 그의 그림자를 한 계단 한 계단 접어 올린다
- 2014 글마루 동인지 비밀의 뜰 7집 발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