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춘옥 시인의 시 해설 및 단평(短評)
삶의 희망을 향한 따스한 손길
김광한
<소설가. 문학평론가>
미인의 얼굴에는 철학과 문학과 예술이 차지할 공간을 내주지 않는다고 소크라테스가 말했던가.
그래서인지 미인들이 주고받는 대화가 매우 단순하고 격이 낮아보이는 것같아 가끔은 실망을 하고 그 높은
자존심에 거리를 두게 되는경우가 있다.조선조 시대의 황진이, 신사임당, 허난설헌 같은 절세의 미녀가 용모만
빼어났다면 후세에 그 이름들이 회자(膾炙)가 과연 되었겠는가. 시서예(詩書藝)가 뒷바침을 했기 때문이다.
요즘에도 예외가 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원춘옥(元春玉) 시인이 그렇다.동그랗고 하얀 얼굴에 재기(才氣)가 넘치는 용모,
거기다가 시화서(詩畵書)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것을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아닌 것같은 느낌이 든다.원춘옥 시인은
일찍부터 한자(漢字)교육을 통해 중국의 고전(古典)과 선조들이 남긴 훌륭한 문화유산을 답습(踏習)해서 한자가 거의
대부분인 우리 글에 조화(調和)를 시켜서 후진들에게 알려주는 일을 하고 있다.
틈틈이 시를 짓고 수필을 쓰고 여러가지 책을 통해 인격완성을 기하는, 요즘 시대에 보기드문 작가이다.그가 쓴 시와
글속에는 상처받은 동물들,우리 시대에 소외된 사람들, 잊혀져 가는 풍습들,그리고 삶의 미망(迷妄)속에서 허더이는
사람들, 자연속에서의 삶의 고독같은 것들이 들어있고, 여기에 작가는 자상하고 따스한 손길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겨울 두물머리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양수리의 스산한 겨울 모습을그린 것이다.관광객들이 모두 떠난 한때
북적였던 두물머리에 찬바람이 세차게 불어오고,얼어붙은 강심(江深)에 움직일 수 없는 빈배,그러나 정체된 것같은
이곳에도 봄은 곧 올 것이고 빈바람에 흐느적 대던 갈대도 푸르렀던 제 모습을 다시 찾을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가
서려있는 것이다.웬일인지 쓸쓸한 것같지만 결코 내일이 있어서 슬쓸하지만은 아닌 것같은 시,
그것이 원춘옥 시인의 시이다.
겨울 두물머리
원춘옥(元春玉)
흰 이마 반짝이던 웃음 만날지도
네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곳에
눈길을 달려와 멈춰 선 사람들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갈라져 흐르던 강은
밤새 뒤척이다 서로 끌어 안는다
누구나 맘속에 자라지 않는혼자만의 섬이 있다
날선 바람 베어물고 견디는
등 굽은 느티나무 하나
햇살 키우는 눈망울을 보았을까
부표를 껴안고 뿌리 내리는
갈대의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는지
빈 배는 미동도 없이 강심(江深)만 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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