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담詩談
먼, 분홍/ 서안나
여람
2016. 3. 25. 08:00
먼, 분홍
서안나
윤이월 매화는 혼자 보기 아까워 없는 그대 불러 같이 보는 꽃
생쌀 같은 그대 얼굴에 매화 한 송이 서툰 무늬로 올려놓고 싶었다 손가락 두 마디쯤 자르고 사흘만 같이 살고 싶었다
혼자 앓아누운 아침 어떻게 살아야 매화에 닿는가 꽃이라는 깊이 꽃이라는 질문 기름진 음식을 먹어도 배가 고팠다
매화는 분홍에서 핀다 분홍은 한낮의 소란스러움을 물리친 색 점자처럼 더듬거리다 멈춰 서는 색
새벽의 짐승처럼 네 발로 당신을 몇 번이나 옮겨 적었다 분홍이 멀다
먼, 분홍
시집<립스틱 발달사> 2013. 천년의시작
[여람의 시읽기]
분홍은 부끄러워 망설이는 색,
윤달처럼 드물게 사랑이 왔다
생쌀같은 희고 조그만 얼굴에 서툰 사랑이지만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손가락 두 마디를 자르고 라도 사흘만 같이 살고 싶은 사람
그리워하다 혼자 앓다가 병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 님에게 다가갈 수 있는지
새벽에 일어나 엎드려서 당신을 적어본다
간절할수록 더 멀어지는 당신
그리움은 더듬더거리다 멈춰서는 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