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똥싼바지

여람 2014. 10. 9. 00:18

 

 

 




 

똥싼바지*

 


 

원춘옥

 

 



누구의 상술일까

이쪽의 엉덩이와 저쪽의 엉덩이를 합해

철퍼덕 하나가 된 바지

생각한다 똥싼 바지인지 똥값인 바지인지


마네킹들은 길갓쪽으로 처진 엉덩이를 돌리고

금방이라도 배설 할 듯이 서 있다

엉덩이 라인이 뭉게진 저 바지가 그들을 받아안고 있다

냄새가 진동할 것 같은 저 가게 안 쪽

똥줄 타는 아침과 변비의 지하철을 뚫고 다닌 뭉크의 절규와

힙합을 꿈꾸는 악동들의 이야기가 숨어있을지도 모를 일

한 덩이의 똥을 매달고 한참을 울던

갓난아이의 얼굴이 유리문 반대쪽으로 사라진다

 

 

상체가 길고 하체가 짧아진 우리들의 착시

엉덩이에 한덩이의 배설을 매단

짧은다리들이 도시를 활보한다

 



* 똥싼바지- 바지전문 가게 상호




2014  미래시학 봄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