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솟대
여람
2013. 4. 16. 09:03
솟대
원춘옥
지상의 비서를 물고 날아오르지 못한 것들
낮달을 품고 서서히 풍경이 되어간다
한 때 깃에 새긴 촘촘한 말들
날카롭던 두 눈은 바람의 겹옷을 뚫기 위해
수없이 이륙의 지점을 노렸을 것이다
돌풍에 놓친 걸음들이 구름처럼 떠도는
지상과 하늘, 그 경계의 모서리는 얼마나 두껍고 질긴가
부리와 발톱은 헐고 죽지는 뭉툭해졌다
울음이 저녁 하늘에 붉게 고인다
전설처럼 떠돌던 비상의 꿈은 흩어지고
돌아갈 수 없는 생의 끝점에서 불안한 잠을 청하는
저 나무새들, 내일보다 오늘의 어둠이 더 편하다
스스로 배경이 되어 서 있는 낡은 시간 속으로
한 무리 기러기들이 줄임표를 끌고 간다
- 2014 글마루 동인지 비밀의 뜰 7집 발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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