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론]-영화 ‘걸어도 걸어도’를 보고
영화 ‘걸어도 걸어도’를 보고
원춘옥
▒ 목 차 ▒
1. 들어가기
1-1 영화를 결정하며.............................................1
1-2 영화관을 찾아................................................1
2. 영화 속 들여다보기
2-1 함께 걷는 사람들(등장인물) ...........................2
2-2 내용 들여다보기 (줄거리) ..............................2,3
3. 영화를 보고 나서 ............................3,4
[첨부]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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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기
1-1 영화를 결정하며
직장 생활을 하는 나에게는, 영화 보는 시간을 만드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 되고 말았다. 휴일에 상영하는 프로그램을 인터넷으로 찾다가 어떤 것을 정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특별히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래서 평일에 상영하는 프로그램을 찾다가 '걸어도 걸어도' 라는 제목에 눈이 고정되었다. 추석이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가족에 대해 생각해 본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았다. 영화를 통해 다른 나라 가족들의 일상을 우리 가족의 일상과 비교해 보고 싶다는 강한 호기심이 들어 다른 영화로 눈을 돌릴 수 없었다. 옆에서 함께 있던 아들도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본 적이 있다면서 엄마가 좋아하는 종류의 영화인 것 같다며 추천하였다. 올해 6월에 이미 개봉된 영화라 그런지 상영관이 한 곳 밖에 없었다. 평일 상영이란 부담과 거리의 부담이 있었지만 '걸어도 걸어도'의 제목이 주는 심상치 않은 힘에 끌리어 표를 구하게 되었다.
1-2 영화관을 찾아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안국역 3번 출구로 나와 풍문여고를 끼고 정독 도서관으로 오르는 골목길은, 영화의 제목처럼 '걸어도 걸어도'의 영화 속을 미리 걷는 듯 아련한 풍경들이었다. 학창시절 많이 다녔던 길인데도 너무 오랜만이라 낯이 설었다. 미리 장소를 익히고 나섰기 때문에 쉽게 찾을 것이라던 생각은 빗나갔다. ‘시네코드 선재’ 상영관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관광안내소에 물어 수수께끼 문답식 질문 끝에 겨우 바로 앞의 건물임을 알아냈다. 새로 지은 건물 옆의 작은 간판이 눈에 띄었다. 지하1층의 소극장이었다. 평일인데다 오전 10시부터 12시 30분까지 상영되는 조조시간이라 그런지 극장 안은 한가하였다. 안내장을 구입하려고 하였으나 올 6월에 이미 개봉이 영화라 다 소비된 상태였다. 아쉬움에 카메라로 포스터 몇 장을 담았다. 상영시간이 되자 여대생으로 보이는 몇 명과 중년의 부부 그리고 나이 지긋하신 남자 분들이 들어왔다. 관람자 20여 명 중 대부분이 여성들이었다. 사람이 많지 않아 차분하게 카메라와 메모지를 들고 좋은 위치에서 관람할 수 있었다. 광고를 하지 않고 바로 영화를 시작하니 본 영화의 분위기를 어지럽히지 않아 좋았다. 상영 후 들린 화장실과 주변시설은 작은 장소에 비해 잘 갖추어져 있었다.
2. 영화 속 들여다보기
2-1 함께 걷는 사람들(등장인물)
의사이며 완고하고 고집스러운 아버지 - 쿄헤이 요토하마役 하라다 요시오
자식 뒷바라지와 걱정에 한시도 쉴 틈이 없는 어머니 - 토시코役 키키 키린
의사가 꿈이었으나 특별한 직업이 없는 소심한 남자 - 료타役 아베 히로시
살림에 서투르며 천진난만하기까지 한 딸 - 지나미役 유(YOU)
전 남편과 사별하고 아들을 데리고 료타와 결혼한 며느리 - 유카리役 나츠카와
2-2 내용 들여다보기(줄거리)
전반부는 딸 지나미가 친정집에 와서 어머니와 즐겁게 무 조림을 하는 이야기로 영화는 시작된다.
죽은 장남 준페이의 기일을 맞아 오랜만에 요토야마의 가족이 모이는 날이다. 집에 올 자식들을 위하여 어머니는 음식 만들기에 여념이 없고 지나미는 어머니를 도우며 일상들을 수다스럽게 풀어 놓는다. 지나미의 아이들은 집 안을 뛰어다니며 장난을 하고 사위는 넉살좋은 얼굴로 웃음을 준다. 어머니는 이런 가족들에게 맛있는 것을 먹이기 위해 잠시라도 손을 놓지 않는다.차남인 료타는 집에 가는 일을 부담스러워 하며 한참을 배회하다 들어간다. 료타는 3년 전에 남편을 사별한 유카리와 결혼 하였으며 유카리가 데려온 전 남편의 아들도 함께 키우고 있다. 피아노 조율도 하고 여러 가지 일을 닥치는 대로 하는 불안정한 생활기반을 가지고 있으나 그의 아내 유카리는 그런 남편을 잘 받드는 현명한 여자이다. 아버지는 자식들의 방문에도 반가워하지 않고 진료실 문을 닫고 혼자 눈을 감고 고집스럽게 의자에 앉아 있다. 아버지는 젊었을 때 유능한 의사였지만 지금은 늙어 동네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료타가 당신의 일을 물려받기를 원했으나 생각대로 되어주지 않자 몹시 못 마땅해 한다.
똑똑한 장남 준페이에게 모든 기대를 걸었지만 바닷가에서 다른 아이를 구하고 죽는 사고가 일어나게 되었고 장남에게 걸었던 기대는 아버지나 어머니 그리고 료타에게는 모두 상처와 갈등으로 남아 보이지 않는 긴장의 끈을 당기고 있다. 료타는 화장실에 설치한 변기용 손잡이와 타일이 떨어져 나간 것을 보며 아버지가 늙어가는 것을 애잔해 한다.
중반부는 가족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어떤 갈등이 내재되어 있고 어떤 방법으로 해결 모색을 시도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딸은 부모의 집에 들어와 살고 싶다고 은근히 표현하지만 엄마는 자꾸 말을 돌린다. 며느리에겐 자식을 낳지 않느냐고 하면서도 자식을 낳으면 지금의 자식과 갈등이 생길 것이라며 아픈 곳을 찌르는 시어머니의 속마음을 보여준다. 시아버지는 반대로 유카리가 데려온 아들에게 진료실을 보여주며 서서히 관심을 가지고 바닷가를 가자는 손자의 제안에 응하며, 아들과 아버지는 어렸을 때의 추억이 묻어있는 바닷가를 함께 걸어간다. 아들과 아버지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얘기하며 축구를 관람하러 운동 경기장에 같이 가자는 말을 한다. 료타의 부인인 유카리는 자신의 아들에게 시어머니가 ‘군’이라고 부르며 곁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 하며 좁혀지지 않는 마음의 거리를 남편에게 내보인다.
후반부에서는 죽은 장남 준페이가 구해준 아이가 나타나면서 팽팽하게 유지되던 골 깊은 감정이 폭발한다. 준페이가 구해준 후시오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데 1년에 한 번씩 기일에 찾아온다. 료타는 그 아이에게 잔인한 일이라며 그만 오게 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고 제안하자 어머니는 “죽은 내 아들을 위해 하루쯤 고통스러워도 된다”는 무서운 말을 한다. 따뜻하고 정 많은 어머니에게서 듣는 오싹할 정도로 독기가 있는 말은 가족을 침묵으로 몰아넣는다. 죽은 아들에 대한 집착은 흰나비가 집 안으로 들어오면서 더욱 절정에 이른다,어머니는 준페이의 영혼이라며 나비를 잡으려고 혼이 나간 모습으로 쫓아다닌다. 나비를 쫒아 낸 후에야 어머니는 제 정신으로 돌아온다. 준페이의 모습은 죽지 않고 어머니의 가슴 속에 또 가족들의 마음 곁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료타와 아내는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다음에는 집에서 잠을 자지 말고 당일 다녀가자는 말을 한다. 그 후 평소에 차남의 차를 타보고 싶다던 어머니도 떠나고 축구장에 아들과 함께 가보고 싶다던 아버지도 세상을 떠났다.
몇 년이 흐른 후 료타는 차를 타고 부모님 묘소에 간다. 흰나비는 여전히 가족을 쫓아온다. 딸을 낳아 네 명의 가족이 된 료타는 어렸을 적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모습처럼 옛 이야기를 하며 묘소에 절을 하고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3. 영화를 보고나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는 죽은 장남 준페이의 기일을 맞아 오랜만에 모인 요토야마 가족들의 1박2일을 쫓는다. 평범한 가족의 일상은 순탄하게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조금씩 도드라졌다가 다시 가라앉고 조심스럽게 이어간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형적인 가족의 틀을 가지고 누구나 있을 법한 이야기로 전개되지만 그 안의 인물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갈등이 내재되어 있다. 가족이란 따뜻한 이름 안에서 다 녹아내릴 것 같은 불안 요소들은 세대를 넘어 또 과거를 넘어 현재로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고 있다, ‘걸어도 걸어도’의 제목이 주는 이미지처럼 완벽한 해법은 없는 듯 보이나 우리는 그 안에서 함께 껴안고 뒹굴며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여는 것이다.
유난히 우리는 가족과의 생활이 밀착되어 있어 갈등이 많았다고 생각했는데 일본의 가족 문화도 같은 동양권이라서 그런지 우리의 가족 문화와 많이 닮아 있었다. 어머니는 자식에게 집착하고 아버지는 자식에게 당신의 생각을 이어가길 바라는 것과 또 개가해서 데려온 자식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을 보면서 가족이 가끔은 부담스럽게 여겨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요즘 젊은이들의 독신가정 지향 세태를 잠시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최소의 사회 형태인 가족의 해체 현상은 쉽게 이루어 지지 않을 것 같다. 가족이란 삶의 굴레에서 갈등을 겪고 또 다시 상처를 덮고 어깨를 얹고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는 말투와 영상은 평범해서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하였지만, 걸어가며 주위의 풍경들에게 눈길을 주듯이 잠시 생각해 보는 영화였다. 심오하거나 요란하지도 않은 영화였다. 화선지에 먹물 번지듯 잔잔하게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바로 이러한 점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치밀하게 계산해서 구성을 하였던 것이 아닌가 한다. 흔히 있을 법한 일상을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탄탄한 구성력과 섬세한 터치가 아니면 감동을 줄 수 없다. 하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훌륭하게 소화시키고 있다. 그가 영화의 고수이기도 하겠지만 부모님 돌아가신 후에 만든 영화[주석]이기에 그런 느낌이 더욱 강하게 담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자신의 일이 아니면 소홀하기가 쉽다. 너무 가까워서 무심하게 지나치거나 다 이해해 줄 것 이라고 믿는 가족들 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늘 후회하고 다짐을 하지만 또 그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영화 ‘걸어도 걸어도’는 바쁘다는 이유로 소홀했던 가족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작은 쉼표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소극장이 주는 아늑함, 조조시간의 한가함, 또 추억이 묻어 있는 옛 길 등, 영화와 더불어 주변 여건들이 가을 영화의 매력을 듬뿍 느끼게 해주어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참고한 자료>
http://blog.naver.com/aruitemo/20071231910
http://www.cine21.com/Movie
[주석]
http://blog.naver.com/aruitemo/20071231910
지난 5-6년 동안 나는 부모님 모두를 잃었다.
일을 핑계로 오랫동안 집을 오랫동안 비우며 부모님을 돌보지 못했던 장남으로서
오늘날 후회로 가득 찬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때 나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좀 더 자주 찾아 뵈었더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든 영화 <걸어도 걸어도>는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후회와 안타까움에 관한 영화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